2014.05.06 지리산 천왕봉에 오릅니다. 1990년 8월에 처음 올라보고 만 24년만입니다.
천왕봉이라 온 국민이 사랑하여 많이들 가는 지리산 천왕봉이건만 어찌하여
난 20년하고도 4년동안 가보지 않았던 것일까. 사실 난 산을 좋아하지 않죠.
오랜 시간 땀을 흘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흘린다 하더라도 바로 샤워하지 못하면
그 끈적거림이 싫습니다. 무료하기도 하고. 그런데 요즘들이 산을 가끔씩 갑니다.
애엄마가 산을 좋아하는데다 나마저 산을 꺼린다면 딸아이도 아빠 핑개로
산을 멀리할까 걱정도 되어기 때문입니다
24년전에는 산장에 예약없이도 숙박이 되었는데 지금은 예약제라네요. 물론 오늘 우리는 당일코스입니다
대학 1년시절 처음 갔을 땐 백무동계곡 쪽으로 올라갔는데 오늘은 중산리 방향입니다.
이 쪽이 올라가는 건 더 가파르지만 그만큼 도착 시간은 짧겠죠
이제 하늘을 향하는 첫 시작 통천문을 통과합니다
하늘로 통하는 문이라 하니 왠지 장엄한 느낌이 들어 셀카로 담아봅니다
나무계단에 누군가 이름을 적어넣고 계단이 108개라고 적어놨군요. 정말 108개인지 세어 봤는지 안했는지 멘트를 달고 있는 12월엔 기억이 남아있질 않군요
힘쎈 사람이 바위를 두동강 냈을까요. 아님 자연의 풍화작용으로 갈라지고 있는 걸까요. 그것이 알고싶다
아직 반절도 오르지 못했습니다.
처음 1km는 체력이 그대로 계속될 거 같더니 한번 쉬고 두번 쉬니 계속 쉬고 싶네요
시골에서 자주 걸어봤던 수지와 달리 나연이는 도시에서만 커서 이런 험한 산은 힘들어 할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아주 잘 올라갑니다
한살 차이인데다가 사이가 좋아 우리로서도 신경 쓸 필요가 없어 아주 편하네요
바위 사이에서 이렇듯 나무들이 잘 자라는 것이 너무나 신기합니다. 우리에게 교훈을 주려는 것일까요
바위에 짓눌려 있어도 그래도 굳굳이 살아나 가지에 꽃을 피우는 나무들이 존경스럽습니다
올라가다 새끼다람쥐를 보았습니다. 도망가지도 않고 너무 귀엽네요
나연이가 쌓여있는 바위를 향해 기도를 하네요 저건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에나 하는 거 아닌가 ㅋ
드리어 반절을 훨씬 넘어 2km가 남았습니다
친자매같이 다정한 수지와 나연. 수지도 나연이도 외동딸이다보니 서로 의지하고 있는 듯 합니다. 이 분위기 어른이 되서도 유지 되기를...
즉석 전주비빔밥입니다. 작년 환경운동연합 종무식때 사은품으로 받은 것인데 물을 붇고 봉지를 밀봉하고 있으면 물이 끓으면서 밥이 익습니다
군대시절 전투식량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 기대가 컸는데 상당히 맛있었고 먹기도 편했습니다. 등산용으로 히트상품이라 생각되는군요
즉석비빔밥 하는 장면 동영상
제법 높이 올라왔습니다. 이제는 탁트인 하늘을 볼 수 있으니까요
이제 정상까지는 800미터
끈적거림을 참고 산에 오르는 건 바로 요런 아래 그림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닐까 막 생각이 드는 군요
여기가 진주 남강의 발원지라고 하는데 발원지라고 하니까 경건해지려다가도 규모가 작다보니 거짓말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진짜겠죠 아마 ㅎ ㅎ
큰 바위 사이로 소나무가 보입니다. 바위 사이에 큰 소나무를 심어놓진 않았을 거고 씨앗이 싹터 자라고 자랐겠지요
하늘로 향하는 진짜 통천문입니다. 정상이 임박하자 슬슬 흥분이 되기 시작합니다.
24년만에 다시 올라보니 천왕봉 정상 그때는 새벽이었죠. 못볼줄 알았지만 일출을 보러 올라갔다 찬바람에 고생했던 생각나네요
저 소나무를 보면 영화<엽기적인 그녀> 마지막 부분에 전지연과 차태연이 타임캡슐을 묻고 헤어지면서 2년 후에 만나기로 했던 소나무가 연상이 됩니다
물론 거기에는 주위에 바위가 없었지만도
드디어 해발 1915미터 천왕봉 정상에 등극했습니다. 물론 24년전 새벽에 오른 건 만큼 아니지만 많이 흥분이 되더군요
어렵게 정상에 올랐지만 이 비석은 하나인지라 차례로 줄어서서 기다렸고 앞사람이 오만가지 포즈를 하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때문에 우리도 급해서 제대로 즐기지 못한게 아쉬웠습니다
.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멋지지 않습니까
올라갈 땐5.4km 였지만 내려올 땐 다른 길로 내려오기로 했습니다. 올라갈 때보다 경사는 적지만 거리는 7km로 더 깁니다.
하지만 내려오는 길을 올라갈 때마다 한결 홀가분합니다
천왕봉 바로 아래에서 봉우리를 바라보았습니다. 24년만에 상봉이지만 우리는 당일 코스이기에 서둘러 내려가야 했습니다.
24년전에도 이파리 하나 없는 나무 위에서 사진을 찍은 적이 있었죠. 올라가도 될만큼 상당히 컸었는데 여기서 그걸 찾기란 어렵겠죠
이제는 햇볕을 보고 있어 뿌리라고 할 수 없는 뿌리가 문어처럼 길게 다리를 뻗고 있습니다.
태풍때문이었는지 곳곳에 고사목들이 뿌리가 뽑힌 채 쓰러져 있었습니다. 아따깝기도 합니다만 나에게 그것이 또하나의 볼거리를 주었습니다
죽어 넘어져 썩어가고 있는 고목의 잘겨간 가지와 그 주변의 결들이 묘한 매력으로 가는 길을 멈추게 합니다
어렵게 올라간 천왕봉 정상 이제는 멀어져야만 합니다. 이제 가면 언제 다시 올까요. 금새 다시 간다면 좀 그렇죠 ㅎ ㅎ
가는 길이 온통 바위입니다.
제석봉에 이런 슬픈 사연이 있었네요. 고사목은 품종이 그런게 아니고 결국은 나무의 공동묘지네요 ㅠ
갈길 바쁜 마나님에게 찍어달라기 뭐해서 셀카로다가 한 컷
셀카기능이 있어 다행입니다. 눈이 부셨나보네요 항상 셀카는 어렵습니다
여기는 장터목산장입니다. 그러니까 천왕봉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24년만에 재회입니다
장터목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애엄마가 장터목에서 라면을 사준다고 했는데 차에다 지갑을 놓고 왔고 다행인 건 여기에선 라면을 팔지 않는군요 ㅎ ㅎ
나연이 수지모두 반찬은 변변치 않았지만 맛있게 식사를 뚝딱~
장터목이라는 유래에 대해서도 새로 알았습니다. 장터목이라는 말은 수시로 들었으면서 이곳이 산청 사천면과 함양 마천면 지역 사람들의
물물교환 장소였다는 점이 흥미로왔습니다. 물물교환도 필요하겠지만 그렇다고 이런 험한 곳까지 와서 교환을 해야했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상상을 통해서나 그때를 모습을 그려봅니다
산장안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번도 들어간 적도 없어 궁금했었는데 막상 떠나고 보니 아쉽네요
우리가 제일 조촐하고 다른 분들은 고기 냄새도 나고 라면 냄새도 나도
하지만 몸이 가벼운게 더 좋습니다
24년(1989년 8월) 전 처음 왔을 때 식사하고 있는 왼편에 허접한 텐트를 치고 다섯명이 허접한 침낭 하나를 의지하고 불안한 잠을 청했다는 사실이 우습기만 합니다
지금은 텐트는 불가능하며 산장도 예약제라고 하는 군요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 장터목산장과 한 컷. 근데 찍고보니 내 왼쪽 콧구멍에 콧물이었나 왜이러지 ㅋ ㅋ
중산리까지 5km가 넘게 남았습니다. 하루 코스라 바쁩니다. 올라올 때보다 경사는 가파르지 않으나 거리는 훨씬 멉니다.
나무의 중심부가 이렇듯 썩어 있는데도 살아있다는게 신기합니다.
이 나무의 이름은 뭘까요 여행을 할 당시에는 알았는데 지금은 생각이 안나네요 된장
나무를 관통했군요 나무지만 끔찍합니다
몇년이나 됐을까요 이 나무는
2~30년전에 비하면 지금은 등산하기가 참 편하죠. 주 5일제가 되면서 주말을 통해서 여행도 많이 가고 건강을 위해서
등산인구도 늘면서 편의 시설을 잘 갖춰나가고 있는 거 같습니다
산 아래까지 열심히 내려오다 보니 바위계곡?이 나오는데 낯익은 풍경이 보입니다. 돌을 쌓아놓고 가는 거 말입니다.
처음 몇명이 하고 가면 담은 사람이 하고 그러다 보니 거대한 탑사가 되어 버렸습니다
물론 우리 아이들이 그냥 갈 수가 없겠죠
아마도 전 감기 중인가 봅니다. 양코에 콧물이 나오다 굳어 하얗게 달라 붙어 있네요 창피하게시리.
조금만 구름다리. 이런 다리 정도는 즐길 수 있죠. 강천산이나 대둔산은 무섭구 ㅠ
이제 거의 다 내려왔습니다. 가기 전에 고생했다고 마나님께서 포상휴식을 주셨습니다
이제는 여유있게 바라보는 두갈래길.
오른쪽은 처음 올라간 길 왼쪽은 정상에서 내려오는 또다른 길 여기에서 교차합니다.
이게 아마 칼바위인거 같습니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볕이 더 인상적입니다 ㅎ ㅎ
하늘로 통하는 통천길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제 마나님도 여유롭게 한 컷
오늘 대략 13km를 걸었습니다. 전문적으로 등산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리 대단한 건 아니겠지만 띠엄띠엄 다니는 우리로선 정말 장하고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글을 쓴 건 7개월이 지난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만 피곤이 몰려왔던 것으로 생각이 되는군요 아마도
대단한 지리산 봉우리도 참 많군요. 이렇게 24년만에 짧은 시간 천왕봉과 해후하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올라가기 전에는 참 무섭고 귀찮은 등산이지만 정상을 밟고 내려오는 길은 너무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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